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지금 몇 명이나 될까요. 서울 회생법원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개인 회생 신청자 중 2030 세대의 비율이 무려 54%에 달했습니다. 저도 몇 년 전 대출을 끌어다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수천만 원의 빚만 남긴 채 밤마다 배달 오토바이를 탔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로 걸어가는지, 그 뿌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조급함의 배경 —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가 안 보이는 구조
주변에서 "주식으로 몇 배 벌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저는 솔직히 흔들렸습니다.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보면서 10년을 악착같이 모아도 서울에 방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눈앞에 있었으니까요. 그 조급함은 저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31살 취업준비생은 하루 9시간 국비 교육을 마치고 매일 저녁 배달을 뛰어 한 달에 130만 원을 법니다. 대출 원리금 70만 원에 월세 10만 원, 생활비 80만 원을 빼면 수지가 맞지 않아 주식 계좌에서 돈을 꺼내 카드값을 메우는 구조입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상대적 박탈감이란 자신의 처지를 주변과 비교하며 느끼는 심리적 결핍감을 의미합니다. 금수저는 부모 찬스로 자산을 불리는데 내 월급 300만 원으로는 10년을 모아도 3억이 전부인 현실, 그 박탈감이 한탕주의의 온상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게 판단력을 흐립니다.
한 증권사의 조사에서 지난 상승장 때 20대 남성의 주식 수익률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세대가 가장 많이 잃은 겁니다. 청년 10명 중 7명이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답한 조사 결과는 이 구조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줍니다(출처: 통계청).
레버리지 함정 — 처음 한 번의 수익이 가장 위험한 이유
제가 처음 수익이 났을 때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내가 뭔가를 알고 있구나'라는 착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더 크게 들어갔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과신 효과(Overconfidence Bias)라고 부릅니다. 자기과신 효과란 단순한 행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귀인하며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처음 투자가 잘 됐던 2~3년은 주식과 코인 모두 이례적인 상승장이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 실력처럼 느껴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죠.
더 위험한 건 하우스머니 이펙트(House Money Effect)입니다. 이는 투자 초반에 번 돈을 '내 본전이 아닌 시장의 돈'으로 여기며 훨씬 무모하게 재투자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카지노에서 딴 돈은 쉽게 다시 베팅하듯, 주식에서 번 수익금을 가지고 레버리지 선물 거래에 뛰어드는 겁니다.
레버리지(Leverage)란 빚을 지렛대처럼 활용해 실제 투자금보다 훨씬 큰 금액을 운용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해외 코인 시장에서는 최대 125배 레버리지까지 가능합니다. 50배 레버리지를 당기면 가격이 단 2%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도 원금 전체가 사라지는 청산(Liquidation)이 발생합니다. 청산이란 투자한 모든 자산이 0이 되어 거래가 강제 종료되는 상태입니다. 제가 만난 청년 중 한 명은 그 청산 통지 문자를 보여줬는데, 솔직히 그 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유튜브와 SNS에는 300만 원으로 30억을 만들었다는 성공 스토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영상 뒤에 수백 명이 전 재산을 날린 사실은 화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런 영상은 투자 정보가 아니라 일종의 사행성 오락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국내 증권 범죄 재범률은 2020년 기준 약 30%로 미국의 두 배에 달하며, 반복적인 주가 조작 세력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 자기과신 효과: 초기 수익을 실력으로 착각해 리스크를 키운다
- 하우스머니 이펙트: 투자 수익을 '공짜 돈'으로 여겨 무모하게 재베팅한다
- 레버리지 청산: 2% 역방향 움직임만으로 원금 전액이 소멸될 수 있다
- 성공 편향: SNS에는 성공 사례만 노출되어 실패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인식하게 만든다
투자 원칙 — 빚을 갚아가며 뼈저리게 깨달은 것들
밤늦게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제 손에 쥔 2~3만 원짜리 배달비가 그렇게 무거울 수 없었습니다. 대출로 마련한 돈이 순식간에 -50%, -70%로 녹아내릴 때는 숫자처럼 보였는데, 땀 흘려 한 건 한 건 채워가는 돈은 전혀 다른 무게였습니다. 수개월의 그 시간이 저에게 가르쳐준 원칙들은 어떤 투자 책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신용(Credit) 관리의 중요성입니다. 신용이란 금융 시스템 안에서 내가 얼마나 믿을 만한 상환 능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카드론, 햇살론, 근로자 대출, 담보 대출까지 여러 채널에서 빌린 돈은 신용 등급을 무너뜨리고, 이후엔 더 높은 금리로만 대출이 가능해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한 화물기사는 차 할부금과 주식 손실로 한 달에 400만 원 이상이 빠져나가면서도 가족에게 말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표정이 제 경험과 겹쳐 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만 투자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입니다. 여윳돈(Spare Capital)이란 잃어도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돈을 말합니다. 대출금은 절대 여윳돈이 아닙니다. 주식이 하락하면 원금도 줄고 이자는 그대로 나가는 이중 압박이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건 머리로는 다 알면서도, 조급함이 이 판단을 덮어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20대와 30대 초반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인적 자본이란 개인의 기술·경험·지식이 장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뜻합니다. 이 시기에 투자 수익을 쫓느라 커리어 개발을 뒤로 미루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간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의 씨앗을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 시간 동안 배달 핸들 대신 다른 것을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버리지 투자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레버리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환 능력을 초과한 레버리지가 문제입니다. 50배, 100배 레버리지는 전문 기관 투자자도 극히 신중하게 쓰는 도구입니다. 투자 경험이 짧고 손실 내성이 낮은 초보 투자자가 고배율 레버리지를 쓰면 단 몇 퍼센트의 시장 움직임에도 전액 청산될 수 있습니다.
Q. 빚투로 손실을 봤는데 개인 회생 신청을 해야 할까요?
A.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이나 법원 개인 회생 절차를 알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제도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럴 때를 위해서입니다. 다만 절차 진행 중에는 신규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먼저 전문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Q. 주가 조작 피해를 입었을 때 대응 방법이 있나요?
A. 거래 정지나 주가 조작이 의심되면 금융감독원 증권 불공정거래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소액 주주들이 직접 연대해 법원에 임원 직무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므로, 같은 종목 피해자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 대응하는 방식이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입니다.
Q. 사회 초년생이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뭔가요?
A. 제 경험상 투자 계좌를 만들기 전에 비상금 통장부터 채우는 게 맞습니다. 3~6개월치 생활비를 손대지 않을 계좌에 따로 보관해두고, 그 다음에 잃어도 일상이 흔들리지 않을 금액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레버리지 상품이나 테마주에 들어가는 건 운전 면허도 없이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것과 같습니다.
결론
빚투로 손실을 본 사람들을 무작정 도박꾼으로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지만, 정직하게 일해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진 구조가 한탕을 꿈꾸게 만든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그 조급함을 느꼈고, 그 끝이 어떤 모습인지도 겪었습니다.
주식과 코인은 단기 홀짝 게임이 아닙니다. 감당 가능한 여윳돈으로, 충분한 공부를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임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지금 손실 중이라면 추가 레버리지를 당겨 만회하려는 충동부터 내려놓는 것이 첫 번째 해법입니다. 그 조급함을 버리는 데 수개월의 배달 밤이 필요했던 저로서는, 그 고통을 반복하는 사람이 줄어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